카테고리 없음

내게 있어 두다리는

ANJOO 2018. 10. 18. 11:17

 

 

문득

두 다리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두개이니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것

지지대 역할을 하니

튼튼해야 한다는 것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니

가능하면 매끈하게 뻗어야 한다는 것

것. 것. 것.

 

세상 살다보니 '것'에 너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버스 정류소 유리창에 비쳐진 내 다리를 보았다

갑자기 눈물이 솟았다

거기엔 어느 '것'에도 속하지 못하지만,

그 옛날 자식들을 지키려

앞도 뒤도 안보고 살아오시다

늙고 쇠약한 몸만 남으셨던 아버지가

보였다

 

보이는 것은 보잘 것 없을지라도

나를 위해

매 순간 놓지 않고 지켜준

고마운 다리가

나를 꿋꿋이 지탱하고 있었다

 

세상의 '것'들보다

가지지 못해 속상해 하던 '것'들보다

나를 더 진실하게 사랑해주는,

진정한 내 편임을

고맙게 안쓰럽게 깨닫는다

 

 

 

https://smartstore.naver.com/azale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