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냉장고

ANJOO 2019. 5. 31. 15:04

 

 

 

 

냉장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만두가 다 녹아있었다

각얼음도 생선도

지난 봄에 넣었던 것 같은 떡도 흐물흐물

아...어떻게 하지

냉장실도 마찬가지

아직은 조금 남은 냉기로

차가운 듯 하지만

덥덥한 듯 답답한 듯 가슴이 꽉 막힌다

 

이 애 나이가 얼마던가

2주공 살 때 마련한 것이니

15살이나 되었다

어머나

그 긴세월을 한순간에 건너뛴 듯

냉장고가 늙어가는 것을

냉장고가 삵아내리는 것을

고칠 수도 없다는 것을

몰랐다

 

당장에 녹아내릴 고기들, 식품들

얼마안 있어 상해버릴 반찬들 걱정에

두말 않고 냉장고 대리점에다

전화를 넣어야했다

이별이 준비없이 와버렸다

갑자기 목돈이 들어가게 된 형편도 힘겹지만

아직 아무 말도 못했는데

한번도 고맙다고 어루만져 준 적도 없는데

너무나 당황스럽게

이 애를 떠나보내야 한다

 

부엌에서 나의 가장 든든한 친구

잠시도 없어서는 안될 너

헤어짐의 아픔이 이런건가

가슴이 쑤시듯 아픈데

말은 더 안나온다

내일이면 떠나보낼 냉장고를 열며

남은 식재료를 챙긴다

 

아니..이것 좀 봐요

다시 얼음이 얼려 있었다

다시 윙~ 윙 돌아가고 있었다

이참에 바꾸라는 성화들을 뒤로하고

난 다시 이 애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조금만이라도 더 함께하고 싶다

우리 둘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끝내고 싶다

애야 우리

나에게 너에게 시간을 주자

기회를 주자

한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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