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늙어가네
얼마전부터 친구가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석하고 센스가 있고 자존감도 높은 친구였는데
어느 날 만남에서 그 친구에게서 얼핏 느껴진 것은 '자신없음'과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과 '무능력함'이다
항상 만나면 많은 상상력과 정열과 활기를 주는 사람이었는데,
그 날 친구는 돈과 앞날의 궁핍을 걱정하는 초로의 소시민이었다
당연한 거겠지만,
다른 사람은 다 그래도 그 친구만은 그럴 거라는 상상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만큼 에너지가, 창조력이 샘솟는 사람이었으니까
누가 그러더라 망하려면 젊을 때 망해야 한다고.
그래야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남아있어서 재기할 수 있다고.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인 것도 같다
돈 걱정을 하며, 집이 경매로 날아가게 생겼다고 사실보다 오버하여 말하며, 눈만 껌뻑 거리던 친구의 얼굴을 보니,
'이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이 난국을 빠져나올 수 가 없다'는 듯, 좀 멍해보였다.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좀 솔직히 말하면 보고 싶지 않았다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내몰라라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경제적 도움과는 또 별개의 문제인...
나의 정열과 시간과 호기심을 잔뜩 장착한 채로 이젠 그친구를 만날 일은 없겠다는 것이 슬펐다.
그냥 수다떠는 동네친구와 다를 게 없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어제 다시 온 그 친구의 전화를 받으며,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친구가 내게 무엇을 부탁했는데,
부탁이야 쿨하게 들어줄 수 있는 일이었고 당연히 들어줄 거지만,
그것을 부탁하는 친구는 영락없는 늙은이 같았다.
한말을 또 하고 또하고...나의 이야기는 듣지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여러번 되풀이하며,
자신의 관점을 일절 바꾸려 하지 않는, 오직 내게 하는 부탁만 중요한,
그리하여 내가 자신의 의지대로 그것을 해내기만을 원했다
그 이상의 이야기는-인생에 대해서도, 철학에 대해서도, 서로의 생각과 꿈에 대해서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가 없게 된 듯했다
음.............
누구의 늙음보다 그 친구의 늙음이
나의 늙음보다 그 친구의 늙음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아직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그 친구의 전화받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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