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일기

고성이 낳은 시조시인 - 서벌

ANJOO 2022. 7. 27. 11:44

2022.7.24 아침

 

일을 시작하고 처음 맞는 일요일이다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4시 50분정도면  잠을 깨어서는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아직 곤하게 자는데 시끄럽게 할 수도 없고 해서

pc로 쇼핑몰 아이쇼핑을 좀 하다가

날이 밝아오르자마자 산책을 나섰다

 

처음 고성에 왔을 때는 수남리 유수지 공원이 가깝다고 생각했다

읍내안을 다니는 버스도 시간맞춰 타기 힘들기 때문에 

계속 걸어다녔다 길도 알 겸 해서.

오늘은 좀 멀게 느껴졌지만 역시나 크** 슬리퍼를 신고 슬세권을 즐겼다

 

 

 

잔뜩 흐린 고성의 하늘은 도리어 포근하고 신비하고 여유롭다

다른 곳보다 구름이 유난히 낮게 더 있는 것 같다

 

 

유수지 공원옆에 있는 대독리 작은 마을

작은 언덕위에 발간 지붕 집이 정말 이뻐서 여기로 이사오고 싶었다

 

 

바다로 나있는 공원 길

통영엔 나폴리 호텔이 있고

고성엔 나포리 모텔이 있다

 

 

공원 벤치 뒤로 펼쳐진 초록초록한 논의 벼들

얼마전에 모내기를 한 것 같은데

정말 빨리 자란다

 

 

고성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무궁화들을 많이 봤다

처음 본 하얀 무궁화

고고하고 깨끗한 것이 백의민족이었던 우리 국민들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고성에 와서 발견한 것 중

손가락안에 들만큼  놀라운 것이 '서벌'이라는 시조시인이다

서벌은 고양이과의  포유류가 아니라

 

경남 고성 출신 서벌(1939~2005) 시조시인이다

 

 

 

서벌은 '가난의 한'을 주제로 미학적 세계를 구축한 시조시인이다.

그는 한평생 가난의 굴레에서 시조를 쓰며 현실을 극복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2학년을 중퇴로 학교교육을 끝내야 했고,

허리 굽으신 할머니와 병석에 누우신 아버지와 어린 동생 셋을 돌봐야 했다. (중략)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식구가 모두 굶주리는 것 헐벗다시피 사는 정황이었다.

나의 문학은 바로 여기로부터 비롯된 몸부림의 숨소리들이었다."

(<조선문학> 중에서)

 

수남리 유수지 공원에는 경남 고성 태생인 서벌의 시가 가득하다

축축하고 조용하고  드넓은 공원을 돌면서 서벌의 시를 읽는 즐거움은 나의 큰 행복이 되었다

 

'낚시심서'라는 시를 읽고는 공감이 많이 되었다

어떻게 사랑하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저리도 잘 표현했는지

읽고 또 읽어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서벌의 작품들에는  담긴 절망, 소외, 죽음, 귀향의식 등이 잘 드러나 있다

 

 

원은희(61) 시조시인이 경남 고성 출신 서벌(1939~2005) 시조시인의 두 번째 평론집을 냈다.

<서벌, 적막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시그널>로 원 시인이 서벌의 미발표·유고작 60여 편을 발굴하고 연구한 글이다.

원시인은 서벌과 문학상 수상자와 시상자의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

 

 

 

 

원 시인은 "서벌의 시중

정형시와 자유시의 경계를 초월한 명작 '서울·1'이 적막을 노래했다면

'가을 방아깨비는'는 삶의 허무를 노래했다"며 "

이번에 공개된 미발표·유고작은 가난, 외로움, 결핍, 고향의 그리움 등이 더 짙게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몸'이라는 시는 

얼마전 내가  나의 몸의 절규를 바보같이 50대 중반이 되서야 깨닫고

몸에게 미안해하며 병원을 찾던 나의 모습과 흡사하다

 

서벌은 함축적이지만 편안하고 쉬운 단어를 선택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의 감정을

허를 찌르는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단 몇줄로 이미 난 '서벌'시인이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