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일기

올만에 일기를 적다

ANJOO 2022. 10. 15. 10:02

2022.10.15

오늘 아침 산책길에는 많은 생각을 했다

생각은 늘상 하는 거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몰려왔다가 갑자기 바뀌기도 하고

이생각했다가 저생각이 떠올라

마치 끈떨어진 연처럼 이리 저리 날아다녔다

 

늘 그런 것 같다

항상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고

하는 일이 많아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어 왔는데

나의 버릇이나 성향같았다

 

송학로 대로변을 걷다가

동외로로 들어서 즐비한 아파트들과

그사이에 노랗게 벼를 달고 서 있는 드넓은 논들을

바라보며

갑자기 나도 수확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스운 이야기다

심은 게 없는데 무슨 수확?

다시 생각해보면

나도 내 밭에서 내논에서 나름 심고 가꾸어 온 것이 있으니

나만의 수확을 해야할 것이다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헐벗은 사람처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 드넓은 논의 주인이 너무나도 부럽고

멋지게 집을 짓고 화초들로 예쁘게 꾸며놓고 사는 사람들도 부럽고

대로변 요지에 근사한 3층짜리 건물을 가진 사람들도 부러워진다

 

 

고성이라는 낯선 땅에 이사와서

아무 것도 없이 

월세방을 얻어 살고 있는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무엇을 얻으려고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뒤로 하고 왔을까

 

이사온 지 4개월만에

벌써 목적을 잊고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인가

부를 가지려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가지려면

내 고향에서 사는 게 훨씬 쉽다

구태여 여기가지 와서 이러고 있는 것은

 그기준에서 보면 

타로카드의 0번 카드인 THE FOOL 인 것 같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쪽으로 난 길을 걸으면

 그 밝고 환하고 커다란 태양이

나의 가슴으로 들어왔다

그 태양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지금 이대로도 좋다고 한다

오늘 하루 진심으로 

진실하게 살아가면 된다고 한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수용과 지지

자신감없고 자존감도 줄어들고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면서

잘하고 있다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대상이...

 

환한 해를 가득 안고 들어와서 남편 출근 준비를 도왔다

그리고 나도 나의 직장으로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