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의 정의
(신나이 까페 게시판에서 발췌)
부부를 다룰 때 아내와 나는, 결혼을 산을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에 비유했다. 등산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좋은 베이스캠프가 필요하다. 그곳에서 머물고 양식을 공급받고 다시 다른 정상을 찾아 모험을 나서기 전에 몸을 돌보고 쉬어야 한다. 등산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실제로 산에 오르는 시간만큼 ㅡ그 이상은 아닐지라도ㅡ 베이스캠프에서 이것저것 살피며 마음을 써야 한다. 그들의 생존은 견고하고 잘 정비된 베이스캠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결혼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남편이 만드는 전통적인 남성의 문제가 있다. 일단 결혼하면 남편은 모든 에너지를 산을 올라가는 데 쓰고 베이스캠프인 결혼은 전혀 돌보지 않는다. 또한 아무 때나 휴식과 기분전환을 위해서 돌아왔을 때 ㅡ자기는 결혼 유지를 위해 아무런 책임도 떠맡지 않으면서도ㅡ 그것이 완벽한 상태로 거기에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자본주의자' 의 태도로 문제를 다루는 사람은 조만간 실패할 것이다. 그가 돌아와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잘 보살피지 않아 황폐해진 베이스캠프거나 소홀히 대했던 아내가 신경과민으로 병원에 입원했거나 다른 남자를 만나 도망갔거나 또는 어떤 식으로든지 캠프지킴이로서의 직책을 거부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통적으로 아내가 만드는 전통적인 여성의 문제가 있다. 일단 결혼하면 일생의 목적을 이루었다고 느끼는 여성이 있다. 그녀에게 결혼이란 베이스캠프가 아니라, 산 정상 그 자체다. 그녀는 남편의 성취욕이나 갈망, 가정생활 밖의 경험 등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남편을 질투하고 가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라고 끊임없이 닦달한다. '공산주의' 식 해결책과 마찬가지로 이런 태도는 부부 사이를 숨 막히고 어리석은 관계로 만들며, 남편은 함정에 빠져 갇혔다는 기분에 '중년의 위기'를 느껴 탈출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여성해방운동은 무엇이 유일하고 이상적인 해결책인지 분명히 그 길을 제시해준다. 진정한 결혼은 공동 협조 체제로서 상호간의 협조와 배려,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영적 성장의 정상을 향한 여정에 들어선 서로에게 힘이 되기 위해 존재한다. 남성과 여성 둘 다 가정을 돌봐야 하고 둘 다 각자의 생에 도전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십대 소년이었을 때 시인 안 브래드스트리트Ann Bradstreet가 남편에게 얘기한 사랑의 말을 접하고 전율한 적이 있다.
"둘이 하나가 되면 우리가 된다."
그러나 자라면서 나는 부부간의 결합은 서로가 분리된 개체라는 점을 깨달음으로써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흔히 그러하듯이 외로움에 겁먹어 서로 하나가 되는 결혼을 추구한 사람들은 훌륭한 결혼 생활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개별성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서로 분리 또는 상실의 위험에 직면하면서까지 독립성을 길러주려고 애쓴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인의 영적 성장이며 정상에 오르는 이 고독한 여행은 혼자서 할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결혼이나 사회의 지지없이는 이 중요한 여행을 달성할 수 없다. 결혼과 사회는 그러한 개인의 여행을 지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사랑의 모든 경우가 다 그러하듯, 다른 사람의 성장을 위한 '희생' 은 결과적으로 그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자기 성장을 보장해준다. 즉, 혼자서 올라간 정상에서 자기를 도운 사회 또는 가정으로 귀환하는 것은 다시 그 결혼과 사회를 새로운 단계로 올리는 데 이바지한다. 이런 식으로 개인과 사회의 성장은 서로서로 의존하나, 성장하려고 할 때에는 항상 그리고 필연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다시 한 번 결혼에 관해 이야기 한다.
그러나 당신 부부 사이에 빈 공간을 만들어서,
그대들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이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서로 구속하지는 마라.
오히려 당신들 영혼의 해변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두어라.
각각의 잔을 채워라. 그러나 한 잔으로 마시지는 마라.
각자의 빵을 주어라. 그러나 같은 덩어리의 빵은 먹지 마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라. 그러나 각각 홀로 있어라.
현악기의 줄들이 같은 음악을 울릴지라도 서로 떨어져 홀로 있듯이.
마음을 주어라. 그러나 상대방의 세계는 침범해 들어가지 마라.
생명의 손길만이 당신의 심장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서지는 마라.
사원의 기둥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며,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ㅡ 《예언자》 중에서
『아직도 가야 할 길』 발췌
https://smartstore.naver.com/azalea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