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쓸쓸함의 부재

ANJOO 2016. 8. 18. 19:20

쓸쓸함의 부재 / 박재학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음에 있는 모든 것들을 날려 보낸 것이
봄인 듯 하고 여름인 듯 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날려 보낸 것들이 다시 오는 봄이나 여름에
제 자리로 돌아와 자리 잡으면
그 존재에 대하여 하찮은 것이라고
날려 보내야 할 것인지 두고 볼 것인지
그 쓸쓸함의 부재를 다시 즐길 것인지
부조리한 이 상황이 위태롭다

박제된 시간을 옆에 끼고 긴 여행을 떠나
한때, 흐릿한 기억이 있는 곳까지 가서
거울을 보듯이 확인을 하고 돌아오면
마음에 있는 것들을 지우고
쓸쓸함의 부재를 누리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나
늘 그러기를 원했으나 그러지 못했고
떠났으나 결국은 다시 돌아왔던
진퇴양난의 시간이 반복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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