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9

혼자서 보내는 일요일

2022.8.21 혼자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고성에서 남편도 출근하고 아들도 어디를 가고 나니 오롯이 나혼자다 나에게 유일한 휴일이 일요일인데 혼자보내는 일요일은 왠지 낯설고 막막하다 며칠전 임시보호로 맡게된 아깽이도 사무실에서 혼자 놀고 있겠지 아깽이나 보러 갈까? 그래도 휴일까지 직장 사무실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음...아직 운전을 잘 못하니 차를 끌고 나가지도 못하고 고성 농어촌 버스를 타볼까나? 마땅히 목적지도 없는데 어느 버스를 타지? 일단 가보자! 농어촌 버스 간이 대합실에 가서 제일 먼저 오는 걸 타자! 돈키호테같은 나의 모험심이 또 발동하였다 1층 마당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심어놓은 코스모스가 드디어 꽃망울을 터트렸다 빠꼼히 내민 얼굴로 나에게 잘다녀오라고 한다 ㅋㅋ 간이대합실에..

고성 일기 2022.08.23

아들 자취방 구하기

2022.8.14 아들이 결정을 내렸다 지난 6월말에 대학 기말고사를 치고나서 엄마 아빠가 이사온 고성으로 내려올 때만 해도 앞이 막막하고 무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고 한다 대학 1학년만 마치고 군대에 다녀오고 나니, 2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 말 그대로 맘대로 되는 것이 없어서 아들도 많이 혼란스러웠나 보다 PC님하고만 많이 친하게 지내며 자기 방과 PC방만 오가는 시간들을 보냈었다 나는 앞서 두 딸들을 키워봤음에도 또 조바심을 치며 아들을 걱정스런 마음과 눈으로 쳐다보곤했다 말괄량이 두딸보다 말없는 아들 하나가 키우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래도 아들은 고맙게도 다른 데로 빠져버리지 않고 자신의 고향인 ..

고성 일기 2022.08.15

아침 산책은 가야겠어 나를 위해!

2022.8.4 남편과 아들이 아침 일찍 출근을 하다보니 나의 사랑하는 '아침산책'시간이 없어져버렸다 여름날이라 음식이 잘 쉬어서 아침에 밥이랑 반찬과 국을 대부분 만들게 되었다 두 사람다 배가 두둥실하게 먹여서 출근 시켜 놓으면 아침 해는 이미 높이 더서 강렬한 해빛을 내리쬐고, 설거지에 집안 일들을 하다보면 어느새 나의 출근시간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두 사람에게 아침밥을 주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나의 사랑하는 아침 산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새벽 어둠이 가시고 다닐만하게 밝아지면 나는 서둘러 밥을 앉혀놓고 음식 재료들을 준비하여 씽크대 위에 올려놓은 후에 산책길에 나섰다 딱 30분만이다 남편한테 아들을 깨워 준비시키게 해놓고 옷을 재빨리 갈아입고 산책을 나섰다 ..

고성 일기 2022.08.04

살포시 문을 열다

2022.7.27 드디어 문을 열었다 20여년 동안 몇 번의 경험이 있어서 그리 새롭지도 않지만 매번 처음인 듯 긴장되고 걱정되고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는 좀 특별하다 마치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이 앞으로의 인생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살아보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나또한 조금...비슷하다...똑같다고는 말할 순 없다 이번 동물병원은 대로변에서 10미터 정도 골목안으로 들어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조용하게 은근하게 부담스럽지 않게 운영하고 싶은 나의 바람때문이었다 인테리어도 아주 싸게 꼭 필요한 부분만 하고 그동안의 인테리어 해본 경험을 총동원하여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완성시켰다 여러번의 경험속에서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이번엔 타지에 와서 단 한명도 아는 사람 없는 상태에서..

고성 일기 2022.07.30

고성이 낳은 시조시인 - 서벌

2022.7.24 아침 일을 시작하고 처음 맞는 일요일이다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4시 50분정도면 잠을 깨어서는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아직 곤하게 자는데 시끄럽게 할 수도 없고 해서 pc로 쇼핑몰 아이쇼핑을 좀 하다가 날이 밝아오르자마자 산책을 나섰다 처음 고성에 왔을 때는 수남리 유수지 공원이 가깝다고 생각했다 읍내안을 다니는 버스도 시간맞춰 타기 힘들기 때문에 계속 걸어다녔다 길도 알 겸 해서. 오늘은 좀 멀게 느껴졌지만 역시나 크** 슬리퍼를 신고 슬세권을 즐겼다 잔뜩 흐린 고성의 하늘은 도리어 포근하고 신비하고 여유롭다 다른 곳보다 구름이 유난히 낮게 더 있는 것 같다 유수지 공원옆에 있는 대독리 작은 마을 작은 언덕위에 발간 지붕 집이 정말 이뻐서 여기로 이사오고 싶었다 바다로 나있는..

고성 일기 2022.07.27

다시 살아나라

2022. 7.21 부산에 살 때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남쪽과 동쪽으로 베란다가 두 곳이었다 집안은 햇살이 잘 들어오고 밝고 환했다 그런데도 내가 사랑하는 화분의 아가들은 맨날 기운이 없었다 15년을 키워온 벤자민은 새로 잎이 거의 나지 않았고 누렇게 뜬 색깔로만 겨우 견뎌내고 있는 것 같이 보여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꽃기린도 한번씩은 꽃을 만발하게 피우다가도 다음해는 가지가 말라버렸다 아무리 마음을 다해도 화초 가꾸기에 젬병인지 무엇이 잘못된 건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곤 했다 지금은 그 아이들이 완전히 변하고 있다 단지 부산에서 고성으로 지역만 바뀌었을 뿐인데! 아니 여기와서 지난 한달동안 비도 두드려 맞고 하루종일 햇볕도 뜨거울 정도로 쬐고 바람은 태풍마냥 가지들을 끝도 없이 흔들어댔다 ..

고성 일기 2022.07.23

고성군 주민으로서 처음으로 벼룩시장에 참여하다

고성에 이사오기전부터 신청을 한 '고성 벼룩시장'이다 여기에 참여하고 싶어 이사도 하기전에 전입부터 하려고 했었다 어린 애마냥 얼마나 설레이고 기대가 되던지 준비를 정말 많이 했었다 2022.6.18 드디어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정말 모든 걸 다 내다 팔고 싶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인집 창고 안에 벼룩시장에 참여할 물건을 높이 쌓아놓았는데 주최측인 고성사회복지관 관계자님이 500원에서 5000원정도의 물건만 가져오라고 하셨다 나는 큰 딸이 사놓고 잘 입지도 않던 옷들과 가방들, 친정어머니가 안쓴다고 주신 키플링 베낭 둘과 재미로 잠시 열었던 잡화점에서 팔고 남은 요술 반버선들과 책 세 박스, 게임기, 머리마는 것, 썬크림, 춤추는 생일초, 시장가방, 페이크 퍼 목도리, 스타벅스 가방, 무선 충전기등..

고성 일기 2022.06.26

경남 고성으로 이사하다

2022년 6월 12일 우리 가족은 드디어 경남 고성군 고성읍으로 이사를 했다 몇달동안, 아니 1~2년동안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남들은 즉흥적이라고, 용기가 대단하다고, 변화가 빠르다고 하지만 정말 심사숙고하고 수십번 수백번의 갈등끝에 내린 결정일 만큼 나는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우리가족은 주민등록상으로는 큰 딸을 제외한 작은 딸, 막내 아들과 우리 부부해서 4명의 이사였지만 실상은 우리 부부만의 이사였다 아들은 부산에서 아직 대학을 다니는지라 방학만 끝나면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 자취를 할 예정이었다 둘째딸은 학교앞 친구집에서 잠시 같이 살고 있어 주소만 전입을 했다. 결혼하고 대부분의 시간들을 아파트 생활만 해온 나의 로망은 바로 이것이었다. 마당 넓은 집에서 화초를 맘껏 기르고 마당 ..

고성 일기 2022.06.26

나의 전성기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2년전쯤 큰 동물병원이 생겼다 아니 그때는 20평정도의 규모였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서 40평으로 확장을 했다 그 병원은 거의 24시간 풀가동을 하는 것 같았고 아침이나 낮이나 밤이나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는 이 지역에서 25을 넘게 살아왔다 매일 지나치는 아파트 정문이었는데 지금은 일부러 돌아서 후문으로 다닌다 왜냐하면...좀 아프기 때문이다 그 병원과 같은 업종을 하는 사람으로서 하루가 다르게 기울어져 가는 내병원을 운명하면서 문정성시하는 그 병원앞을 지나가는 것은 한마디로 고통이다 그 앞을 지나는 느낌은 마치 여러명의 기자가 달려들어 내게 마이크를 내밀며 "지금 기분이 어떠시나요?' "잘되는 병원을 보니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지금 당신의 병원과 비교하면 얼마큼 차이..

나의 이야기 202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