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무실인 가게 앞에는 다른 가게들보다 훨씬 키가 큰 민들레와 들풀들이 보도 블럭을 뚫고 나와 잘자라고 있다
매번 보도블럭 사이의 잡풀을 제거하러 오는 공공근로자들의 손길을 막아낸 덕분이다
거기다가 내가 기르고 있는 화분들의 꽃들과 똑같이 물을 주며 돌보고 있으니
나에게 '그 풀들이 크고 자라 지저분하니 잘라내라'고 쉽게 누가 입을 대지도 못하는 것 같다
코로나 19로 세상이 우울해서인지 어쩐지 작년부터 코스모스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시외로 나가 들판을 걸어갈 때도
바닷가 공원을 멋지게 조성해 놓은 곳에도
작년엔 코스모스가 보이지 않았다 내 기억속에는...
그래서 내가 직접 코스모스를 키워보리라 마음먹었다
사람들은 내 사무실앞을 지나가면서
어여쁘게 피어난 꽃 화분의 꽃들이나 노란 함박 웃음을 웃으며 피어난 민들레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길을 가다가 멈춰서서 내 이쁜 꽃들을 가리키며 서로 이야기 하거나 한참을 들여다 보고 가곤 했다
내 사무실앞에다가 코스모스를 예쁘게 키워내서 사람들을 더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시장에서 코스모스 씨앗을 두봉지 사왔다
비닐 봉투안에 있는 판매용 씨앗들은 잘 발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정성을 들이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코스모스 새싹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느 날
가늘고 긴 잎들로 이루어진 새싹들이 여리여리한 자태를 드러냈다
얼마나 기쁘던지...
어서 청초하고 순수한 코스모스 꽃들을 피워올리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내가 여태껏 알고 있던 코스모스는
들판의 길가에서 가을이면 어김없이 피워올라 우리들을 기쁘게 즐겁게 해주던 꽃이었다
한번도 그 애가 약한지 강한지, 어떤 모습으로 자라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당연하게 피어난다고 여겼으니까...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코스모스의 줄기들은 너무나 연약했고, 자라는 속도도 느렸으며
무엇보다도 꼬챙이처럼 가늘게 길게 자라오르니 바람의 저항을 너무 많이 받았다
하루는 겨우 싹을 틔워서 자란 두 줄기 중 한줄기가 기억자로 꺾여있었다
나는 재빨리 지지대를 세워서 종이 테이프로 감아주었다
코스모스는 다시 꼿꼿이 서 있게 되었고 나는 그 애들이 너무 고마워서 더욱 정성을 다했다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니 코스모스 줄기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들여다 보니
누가 무지막지하게 그 애들을 뿌리째 뽑아서 옆에다 던져놓았던 것이다
하늘에 해가 중천에 떠 있었던 시간이라 코스모스는 벌써 시들어서 쪼그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정말 속상했지만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급하게 화분에다 옮겨서 물을 충분히 주고 흙을 돋워주었다
두 줄기 중에 한가지는 회생불능한 상태였고 나머지 한가지는 겨우 살아있는 듯했다
다행히도 그 가지는 다음날 부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나를 위해서라도 기운을 차려줘
어느 덧 나는 그 코스모스에게 나를 전이시키고 있었다
그 코스모스를 보면서, 지치고 자신감이 떨어져 무기력해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정성을 다하지 못하여 방치하다시피한 내 자신을 대신하여
코스모스에게 다 쏟아붓고 싶었다
그리하여 다시 살아나게 하고 꽃을 피워내고 싶었다
용기를 내어 살아보고 싶었다
약하디 약한 줄기지만 점점 초록빛을 되찾고 키도 조금씩 더 자라고 있던 코스모스가
다시 쓰러져 버렸다
햇빛 좀 보라고 뒷마당에다 내어놓았더니
너무 더워서 그랬는지 짧은 시간안에 노랗게 잎이 말라버리고 시들어버렸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성을 다해도 안되는 게 있구나
내 맘만 다 줘도 이룰 수 없는 게 있구나
내가 주고 싶은 것과 그 애가 받고 싶은게 다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그애에게는 그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행동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노랗다 못해 갈색으로 말라버리기까지한 코스모스 줄기들을 뽑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들길가의 영양가득한 흙속에서
충분하게 내리는 비와 자연스럽게 불어대는 바람과 구석구석 골고루 내리쬐는 햇살을 받고 자랐다면
정말 당연하게도 꽃을 피었을 것인데...
사랑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놔두는 것, 그 애가 가장 그애답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나의 일방통행을 자제하고 조절하고 지나친 관심과 집착을 거두는 것
그 애를 그 애 자체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너무 많은 생각을 말자...
코스모스야 그동안 수고 많았다 그리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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