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요즘 재미 붙인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헌혈하고 받아오는 영화표 두장으로 아내인 저랑 영화를 보러 가는 것입니다.
헌혈은 오래전부터 원래 정기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영화표를 두장 주더군요.
의미있는 일을 하고난후 받으거라 가능하면 의미있는 영화를 보려고 했습니다.
지난달엔 '말임씨를 부탁해'를 봤고
어제는 저의 강력한 추천으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보았지요.
제가 설경구의 광팬이기도 했지만
요즘 TVING에서 하는 '돼지의 왕'을 보고 청소년들의 '학포'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주제는 알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학폭 영화나 드라마 같은 진행을 보여줍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학폭 당사자나 피해자의 관점이 아니라,
가해자의 부모의 관점과 피해자 엄마와 진실을 밝히려는 담임의 대립적인 관점을 번갈아 보여줍니다.
'돼지의 왕' 드라마를 유투브로 볼 때 그 밑에 달린 댓글 중에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라는 말을 보고 명치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돼지의 왕에 나오는 학폭의 행위들이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심하다고 하니...
어제 본 '니부모 얼굴...'은 돼지의 왕보다 더 잔인하고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철없는, 마치 악마새끼같은 학폭가해자들보다
더 추악하고 폭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가해자의 부모들이었습니다.
저도 세 명의 자녀들을 두었고, 그 아이들도 청소년기를 지나왔으니까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가해자 부모들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고, 부와 권력을 가지 사람들인데,
그들이 자기가 가진 힘들을 이용하여 더 큰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 모습은
정말 분노가 치밀어오르게 했습니다.
저의 둘째 딸도 학폭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딸의 말로는 자기가 학폭 대상자가 아니었고,
딸의 친구가 학폭가해자와 주변의 학교에서 모인 가해자와같은 성향의 아이들에게
불러나가는 일이 있었는데, 제 딸이 너무 걱정이 되어 함께 갔다가
7명의 학폭가해자들에게 두들겨 맞고 온 것입니다.
제 딸과 딸의 친구가 맞고 있을 당시에 구경하고 있는 학생들이 30명이 넘었는데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집단폭력을 당해서 얼굴에 멍이 들고 갈비뼈 부분이 아파서 허리를 펴지 못하고 쓰러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저는 직장에 있다가 병원에서 온 연락을 받고 뛰어갔습니다.
다행히 1~2주정도의 진단이 나와서 빨리 완캐는 되었습니다.
저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딸의 학교는 물론, 주변의 학교에서 온 학폭 가해자들의 학교에 찾아가 '학폭징계위원회'를 열어달라고 했고, 거기에 참석하여 분명하게 그애들과 그애 부모들을 만나서 사실을 따지고, 그들을 징계를 받도록 했고,
경찰서에도 신고를 했습니다.
고소는 하지 않았습니다. 학폭가해자들이 제 딸과 딸 친구에게 그 자리에서 용서를 빌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번만 더 폭력을 행사하거나, 저의 딸은 물론이고, 딸이 아닌 그 누구에게라도 또 이런 일을 벌이며 경찰에 넘기겠다고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아니 대부분의 학폭 피해자들은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부모가 없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생계때문에 항상 바쁜 한부모 가정에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어렵게 살고 있거나, 가정에서 조차 부모들에게 학대나 폭력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애들은 비빌 언덕이 없습니다.
학교 담임도 피해자 편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학폭피해자가 말하는 담임들은 무관심하거나 도리어 가해자들을 옹호하거나, 피해자를 문제아 취급을 하며 더 야단치기 일쑤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담임은 비록 대체 근무를 하는 기간제 교사였지만, 억울한 피해자인 제자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진실을 빍히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화가 아직 개봉중이라 내용을 다 말할 순 없지만,
정말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아무리 아이가 어리더라도, 아이가 이미 다 성장하여 성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꼭 한번 볼 필요가 있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면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임시방편적인 대책이 아니라 심각하게 고민하고 깊이 연구하고 많은 노력을 들여서
삶이 무너져 내릴 만큼 짓밟히는 피해자들도 구해내어야하고,
짐승과 별 다를 것없이 악마같은 본능만 가지고 전혀 이성적인 조절의 능력이 없는 학폭가해자들도
잡아서 징계도 하고 치료도 하고 바로 잡아주어야 합니다.
부모들은 왜 돈을 버는지,
왜 더 높이 오르려는지,
왜 내 자식만 잘 되면 되는 건지,
과연 자신은 무엇때문에 사는 건지 매일매일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학폭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학폭을 받은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잊혀지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도 그대의 기억이 나를 괴롭힌다. 문뜩 그놈들이 생각이 나면 죽이고 싶다. 지금이라도 죽이고 싶은 놈들이 몇 명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다닌지가 10년이 더 지났는데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잊으려해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학포당한 애들은 그 충격과 두려움이 절대 없어지지 않아요. 학폭은 몸이 기억합니다. 학폭을 당하고 나면 그뒤로부터는 인간관계가 모두 싫어집니다. 학폭은 살인입니다.'
'항상 현실은 더 끔찍하다 십여년전만 해도 지금처럼 잔악무도하진 않았는데... 인성교육보다 학교성적만 중요시 여기는 학교에서 피해자나 가해자는 이미 사람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이미 사람도 아니다.'
'야~ 진짜 욕나온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누군가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예전 생각에 화가 나서 미치겠다'
<TVING 드라마 돼지의 왕 답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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