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병쟁이 내 사내
허수경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몰골만 겨우 사람 꼴 갖춰 밤 어두운 실에서 만났더라면 지레 도망질이라도 쳤을 터이지만 눈매만은 미친 듯이 타오르는 유월 숲속 같아 내라도 턱하니 피기침 늑막에 차오르는 물 거두어주고 싶었네
산가시내 되어 독오른 뱀을 잡고
백정집 칼재비 되어 개를 잡아
청솔가지 분질러 진국으로만 고아다가 후후 불면 먹이고 싶었네 저 미친 듯 타오르는 눈빛을 재워 선한 물같이 맛갈떼인 잎차같이 눕히고 싶었네 끝내 일어서게 하고 싶었네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내 할미 어미가 대처에서 돌아온 지친 남정들 머리맡 지킬 때 허벅살 선지피라도 다투어 먹인 것처럼 어디 내 사내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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