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28 ~29
아침 일찍 아들과 부산으로 향했다
며칠전에 아들의 살림살이를,
아들이 살게 될 부산 원룸에 차로 먼저 옮겨놨는데도
오늘도 짐이 많다
아들과 나는 이고지고 들고 끌고 고성버스 터미널에서
부산 사상터미널을 거쳐
아들의 원룸에 도착했다
35년전인 1987년 3월
우리 엄마도 나를 위해 나의 자취집에 이렇게 같이 가주셨다
대가족 속에 살아오다 혼자 살게 된 내가 외로워할까봐
5일이나 같이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셨다
아들과
땀을 흘리며 청소하고 정리하고
부족한 것은 근처 시장에 가서 사다가 보충하고
반찬도 몇 가지 준비하여 냉장고에 넣어놓으니
집안이 환해졌다
워낙 좁은 방이라 설거지 후에 그릇놓을 데가 없어 씽크대 선반을 달았다
아들의 책상위의 책장에다 작고 예쁜 쿠첸 전기밥통과 에어프라이어를 놓았다
밥통이 얼마나 작은지 아들 한끼량도 안될까 걱정을 하나
아들은 다이어트를 해야하니 많이 안먹을거라고 한다
아들하고 밥을 해서 한끼를 먹으니
벌써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차마 아들에게 집에 가야겠다는 소리를 못하고 있는데
아들이 마침 친구와 약속이 생겼다한다
다행이다
아들은 고맙게도 버스터미널까지 배웅해 주었다
안쓰럽고 걱정되고 하지만
키크고 듬직한 아들 한번 믿어볼란다
남편은 아들보다,
아침 일찍부터 무거운 짐을 들고 아들 원룸에 가서,
일하다 올 내가 힘들까봐 그게 더 걱정인가보다
부산까지 데리러 오겠다고 사상 버스터미널에 꼼짝없이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다
'길이 어디라고 데리러 온다고 그러는 겁니까?
내가 그냥 버스 타고 갈게요 고성에서 봐요'
라고 남편을 설득했지만 남편은 끝내 창원터미널로 데리러 왔다
아들을 부산으로 보내고 둘만 남아 맞이하는 첫날 밤이다
허전하고 끊임없이 궁금하고 걱정을 해대는 내게
'그만 좀 걱정하시오. 우리보다 더 잘먹고 잘 살 거니 아무 염려말고 좋은데나 놀러갑시다'
그래서 밤에 드라이브를 나섰다
남포항의 해룡이 있는 횟집을 막 지나면 나오는 해지개 다리부근의 아이들 물놀이장이다
이번 여름에 개장을 하여 낮에는 아이들이 꺄르르꺄르르 웃으며 놀았을 곳인데
선선해져 가는 날씨에 깜깜한 밤이라
조용하다 밤 산책 하는 사람들만 몇몇 보이고는
화려하고 따뜻한 불빛만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분수는 솟아오르고
앙증맞고 근사하게 설계된 아이들 놀이터와 놀이시설, 편의시설들이
정말 좋아보인다
갑자기 손자나 손주(벌써? ㅋㅋㅋ)가 있으면 여길 데려와서 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도 저 분수처럼 맑고 힘차게
세상을 자신있게 살아나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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