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일기

추석을 캠핑장에서 보내다

ANJOO 2022. 9. 15. 12:07

2022.9.11~12

 

고성에 이사와서 처음 맞는 추석이다

그래서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시아버지게서는 몇년전에 돌아가시고

시어머니는  재작년에 돌아가시고 나니

시댁이 없어져버렸다

 

큰 시누이가 있지만

형님도 벌써 손자 손녀들 맞이하고 챙겨야 할 상황에

형님 시댁 제사 챙기기에 바쁘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창원공원 묘원 납골당에 모셨고

이미 추석 전에 가서 뵈었기에

이제 추석이라고 모일 집도 모일 이유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사 오기전엔 친정 바로 옆에 살아서

추석을 거의 같이 보냈는데

친정어머니도 우리에게 이번에는 오지 말라며

다음 달 초에 친정아버지 기제사가 있으니 그날 오라고 하신다.

 

시댁과 친정을 가지 않는 추석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거의 3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 당황스럽다

 

 

경기도에 사는 딸이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남친과

우리집에 와서 하룻밤을 묵고나서

우리 부부랑,

대전에서 직장 다니는 둘째딸이랑

부산에서 대학다니는 아들까지 고성에 다 모이면

모두 함께 하동에 있는 캠핑장에 가자고 한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캠핑장 예약과 바베큐 파티등

모든 프로그램과 준비는 다해놨으니

엄마, 아빠는 가기만 하면 된단다

아이구야! 이게 무슨 일이냐?

 

 

 

하동에 있는 다목적 캠핑장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매우 넓고 깨끗하게 관리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이동식 주택같은 펜션도 있고 캠핑차도 있고,

큰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캠핑장 옆으로 흐르는 산청 단성천이 멋진 공간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우리가 묵은 청학동

                                        <하동다목적 캠핑장 홈페이지 사진 사용>

 

                                          <세상 편한 자세로 낮잠을 즐기는 남편>

 

 

안그래도 큰 딸 남친에 대해 궁금했는데

우리집에서 1일과 캠핑장에서 1박2일 총 2박 3일 동안 지켜보니

참 듬직하고 진실해보이고

센스가 뛰어나서 함께 있는 사람들을 참 편하고 즐겁게 해주는 능력이 있었다

 

오랫만에 집에 온 둘째딸이 같이 있으니

나는 흥분하여 수다장이가 되었다

멀리 내보낸 자식들이 부모 곁으로 온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다

우리 부모님들께 우리도 이렇게나 반가운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끊임없는 고기파티가 이어지고 나서 

 

 

우리는 보드 게임을 했다

 

 

머리를 써서 하는 것이라 난 자신없다 했는데

내가 1등을 해버렸다

 

 

화투나 카드나 보드게임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막 하는게 더 유리한가보다 ㅋㅋ

 

 

그 다음에는 장작불을 지펴놓고 불멍을 했는데

 

내가 '상담심리사' 능력을 발휘하여 간단한 집단상담을 진행했다

 

1.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2. 가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은?

3.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은?

4. 나는 ~이다라고 정의 하기

 

이 네가지 질문을 모두에게 하고 돌아가면서 한질문에 한개씩 답을 하게 했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가족 앞에서 자녀 앞에서 처가가 될 지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 마음을 오픈하기란 힘들기도 하고 생경한 경험이지만

모두들 활활 타오르는 불앞에서 진지하게 대답을 했다

 

간단한  집단상담이 끝나 갈 무렵 장작불이 정말 딱맞게 꺼질 때가 되었다

남편도, 딸들도, 딸 남친도, 아들도 모두 좋은 시간이었다고 밝게 웃었다

 

 

 

 

 

 

다음 날 각자의 삶의 터전으로  다 떠나갔다

막내인 아들만 고성으로 함께 와서

자취집에서 먹을 반찬과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고는 

우리는 아들을 부산 자취집까지 데려다 주고 왔다

아들은 우리 부부를 배웅하고는 혼자서 자취집으로 들어가면서

많이 섭섭해했다

좀 더 지내다보면 아들도 혼자 자취하는 데 많이 익숙해질 것이다

우리 아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