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난 두 달 동안의 시간들

ANJOO 2020. 6. 2. 19:15

어제 저녁 8시에 퇴근을 한 후 두번째 직업의  일터로 향했다

요즘은  거의 매일 저녁이 그렇다

집에 가봐야 아무도 없기에 남편과 나는 거의 밥도 해먹지 않고 있다.

남편은 다이어트를 한다고 저녁을 안먹고,

나는 스트레스에 지친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무엇이라도 마구마구 먹고 싶지만, 혼자서 먹을만한 게 잘 없다

 

밤이 다되어가는데 우리는 금곡동으로 신평으로 감천으로 쉬지않고 돌아다니며 일해야했다

 

누가 시킨 일인가?

아니다 완전히 내가 벌려놓은 일이다

벌려도 너무 지나치게 벌려놓아 감당이 한동안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두달동안의 시간은 내가 살아온 생애 중 가장 바쁘고 머릿속이 꽉차있고,

가슴이 벌렁대고, 매일 깊은 잠을 못이루고 복잡한 꿈에 피곤한 잠을 잤다

그리도 중(?) 노동을 했는데도 살은 점점 더 찐다

남다르게 더 먹은 게 없는데하고 매우 억울해 하면서도,

가계부 적듯 내 주위에 흩어져 있는 먹을 거리들 중 사라진 것을 열거하다 보면 꽤 많다

다 어디로 갔던가!  불러도 대답없는 메아리가 내 배속에서 내 살들 속에서 울려온다

 

그 맛난 음식들도 맛난 지 모르고 먹었고, 단 하루도 맘 편히 쉬어보질 못했다

내가 좀 지쳐서 널부러져 있으려면, 누가 만든 거보다 더 무시무시한 채찍으로 나 스스로를 내려쳤다

그러다 보니 정말 중요한 일도 까먹어버리고, 

70만원 상금을 탈 수 있었던 체험 공모전에 글을 다 써놓고도 보내는 걸 깜빡했다.

군에 가서  4개월 동안 외박도, 휴가도 못 나오고 있는 아들의 전화로 건성으로 받곤 했다.

왜냐하면 쉬지않고 일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었으니까

 

누가 시킨 일인가 한번 더 물어본다

아니다 나의 호기심과 적극성이 빚어낸 일이다

이쯤해서 내가 변명을 한 번 해보겠다

비록 일을 크게 벌렸지만 벌리기 전에도 나는 심사숙고 했고,

너무나 조심 스러웠으며 두달이상의 시간을 머뭇거리다가 저지른 일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충동적으로 아무렇게나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1개의 일이면 좋을 것을 3개의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이렇게 된 것이다.

한개만 일었났다면 축하받을 일을,

세개가 일어나니 아무도 내게 도움이 되질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고 혼자서 앞장서고 혼자서 다 감당해야 했다

 

정말 지난 4월 16일 부터 오늘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한두 달간은 내 인생에 있어서 제일 힘들고 복잡한 나날 ! 고단위의 역경이라고 할 수 있다.

골이 깊을 수록 산이 높다했던가?

그 시간들은 반대급부로 내게 찐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정말로 다양하고 복잡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넓은 지역을 왔다갔다하게 하고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과 도전과 결단과 분석과 연구와 해결을 나한테 마구마구 선물해 주었다

 

드디어 오늘! 이제 거의 그일들의 2/3 정도가 끝이 났다.

앞으로 남은 일을 굳이 1/3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내가 그리 정하면 그리 되는 것이다.

나는 1/3도 잘해 낼 것이다 그일들을 마무리 하기전까지는 나의 몸과 정신까지 모두 쏟아붓고 있을테지만

나는 중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잘해 나갈 것이다.

이세 상에 정말 믿을 사람은 내 자신밖에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못 믿을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 기대게 되면 내가 너무 쉽게 무너져 내릴까봐 꼿꼿하게 서 있을 것이다.

나중에 일을 모두 해결한 다음에 정말 깊고 편한 잠을, 꿈 없는 잠을 자보고 싶다

제발 그때는 나의 호기심과 적극성이 작동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이 긴글을 써내려 가게 된 이유를 말하고 싶다

이쯤해서 내 자신을 정리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원수같이 밉고 싫고 원망스럽고 같이 있고 싶지 않았고 못 미덥고 성에 안차고 말도 하기 싫던

남편이

유일하게 내 옆에 남아서

매일같이 투닥거려가면서도 어디 가지 않고같이 그일들을 해오고 있다.

어떨때는 감동적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기대고 싶을만큼 믿음직하기도 했다. (또 그 반대로도 느껴지던 날도 수 없이 많았지만)

그러나 한번도 제대로 "고맙다. 좋다. 잘한다"란 말을 해준 적이 없다 바보같이 못난 똥고집 부리며 아무 말도 안했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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