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첫눈에 반한 집의 어떤 사연

ANJOO 2020. 10. 15. 23:18

요즘 새로  또!! 벌인 일때문에 한주도 빠짐없이 휴일마다 출장을 간다

누가 시킨일이면 벌써 그만두었을 건데 나 스로 선택한 일이고

지금 이순간 나를 가장 흥분시키고 집중하게 만드는 재미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한달동안 통영을 세번이나 가게 되었다

통영에 일이 많기도 하겠지만

내가 가장 살고 싶고 그리워 하는 장소이기도 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자꾸 통영에 갈 일을 만드는지도 모른다

 

지난주 토요일도 아침 일직부터 일어나 그곳에 갔다

이번에 간 곳은 통영의 제일 아래이자 서쪽 끝이라 할 수 있는 산양읍에 갔다

 

 

 

가기 전 전자지도와 거리뷰를 이용하여 내가 갈 곳을 대략적인 특징을 파악하고 찾아와서인지

여러 번 와본 곳인양 단번에 그곳을 찾아내었다

 

나의 오랜 꿈은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서 따뜻하고 환한 햇볕이 쏟아지는 마당에

마당 가득 나무와 꽃들을 심어 놓고

샤워기 달린 호스로 물을 주는 것이다

울타리는 들장미로 엮고

손바닥만하더라도 옥상을 두어서

새끼줄 같이 꼬인 빨랫줄을 걸어

바람에 한것 날리며 빨래를 말리는 것이다

눈을 들어 바라보는 그곳에 싱그럽도록 푸르른 바닷물이 빛나고 있고

갈매기는 바다와 우리집 사이를 100미터 달리기하듯 재빠르게 날아다니는 것이다

 

얼마전 그런 집을 찾아내었었다

우연찮게 팔려고 내놓은 집을 검색하다가

첫눈에 반해버린 집!

나의 꿈과 상상력과 편안함이 공존할 것 같은 집!

아무것도 몰랐다 통영이라는 것 빼고는

그집의 위치도, 가격도, 구조도 모르는 상태에서

난 그집을 사기로 단숨에 결정했다

나의 휴일인 토요일만 기다리다 새벽같이 일어나 그집으로 달려갔다

 

실제 그곳은 내가 상상한 곳보다 더 좋아보였다

뒤로는 산들이 안아주듯 둥그렇게 서 있고

앞으로는 햇살로 반짝이느라 눈이 부신 항구가 펼쳐져 있었다

 

집의 상태는 사진 속의 그 집보다 좀 낡아보였으나

쓸고 닦고 매만지면 멋진 집으로 금방 바뀔 것 같았다

 

집의 대문이 잠겨 있어서 당장은 들어가서 구경할 수가 었다

그래서 동네를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그집에서 두집을 지나 있는 골목 어귀에 할머니 한분이 부추(정구지)를 다듬고 계셨다

내일 올 딸내미들 주려고 밭에서 베어서 다듬고 있다고 하셨다

그분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옆 집에서도 할머니 한분이 나오시고, 뒷집에서도 젊은 할머니 한분도 나오셨다

나에게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물어보시길래,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 구경하러왔다며 손가락으로 그 집을 가리키니

무슨 일인지 할머니와 아무머니가 헛기침을 하면서 당황해하는 듯 해보였다

나는 그집에 사는 분은 어떤 분인지, 지금 어디계신지를 여쭤보았다

 

할머니들은 서로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제일 젊은 할머니가 뒷산 언덕배기위에 우뚝 서있는 암자같은 절을 가르켰다

그러면서 할머니들끼리  '저기다 올렸제?""그랬지. 그러고는 저거 어메는 딸내집에 가버리고."하며

서로 물어보고 대답하고 하신다

 

어렵게 내게 말을 꺼내듯 하셨는데,

그집 어머니가 몇년전부터 자꾸 몸이 아파서 드러눕게 되니,

집안이 기울었고, 장가도 안가고 같이 살던 둘째 아들이 하던 사업도 잘 안풀려서 빚을 많이 지게 되었다고 한다.

당장 생활이 어려울 정도까지 되자 집을 내놓았는데, 시골집이라 그런지 쉽게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몇달전에 이리저리 안좋은 일로 우울해 하던 둘째 아들이 그만 그집에서 목숨을 버렸다고 한다.

그 이후 건강이 더욱 안좋아지신 어머니는 아들의 위패를 뒷산에 있는 절에 올려놓고 딸내 집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사람이  험하게 죽은 집이라 집이 더 안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다듣고 나서 먹먹하여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목숨을 끊은 집을 살 뻔한 아찔한 느낌이 아니라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결정을 내리고 아픈 어머니가 계시고

자기가 정을 들이며 살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거두어야 했을까하는 마음에

누군인지도 모르는 그 둘째아들이 너무 안스럽고 안타까웠다. 

무서워하기보다는 명복을 빌어주고 싶었고 그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장성한 아들을 그렇게 덧없이 보내버린 그 어머니의 형언할 수 없는 아픔도 느껴졌다.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매도하려고 내놓은 집을 매수자에게 소개할 때는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을 미리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검색하다가 팔려고 내놓은 그집에 한눈에 반해서

중개사에게 전화도 하지 않고 빨리 보고 싶어 뛰어왔고,

그동네 할머니들 말씀으로는, 그 집아들이 그렇게 되기전부터 집을 내놓았기에

부동산 중개사들도 그사실을 잘 모를 것이라 했다.

 

솔직히 나도 자신이 없다

내가 대책없이 계획에도 없이 이 집이 맘에 들어 뛰어왔기에 지금 당장 집을 살 수도 없기도 하지만

그 집에 들어가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아들과 그 어머니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위로하고 명복을 빌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고 또 모두들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죽음의 모습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어디서 죽음을 맞이 했는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전자를 가슴아프지만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후자를 두렵고 무서워하며 피하고만 싶어하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며칠동안 나를 설레게 했던 그집이

좀 오랫동안 애잔하게 가슴아프게 먹먹하게 남아있을 것 같다

 

 

이름 모를 돌아가신 그분의 명복을 빕니다

비록 가시는 것은 그리 모질게 가셨지만

분명 그분은 그 집에서 행복했던 기억들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부디 밝고 환한 하늘에서 즐겁게 지내시다가

이생보다 더 좋은 곳으로 환생하여 좋은 생을 누리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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