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는 왜 태어났지?

ANJOO 2021. 2. 6. 09:25

 

참 아이같은 질문이다
50세가 훨신 넘은 내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질문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살아오는 동안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도 묻고 또 물었던 질문인 것이다
아직도 그 대답을 찾지도 못했고 내 자신에게 해주지도 못하고 있다


오늘 아침 밥을 먹으며 남편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거의 매일 듣는 핀잔이지만 오늘은 그리 듣기 싫지만은 않았다
그 내용은 내가 '몸관리'를 안한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나 쭉쭉빵빵한 몸매를 가꾸거나 패션에 신경쓰라는 말이 아니고,
점점 체중이 불고 건강이 나빠지고 있고, 지병인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있는데도
약도 잘 먹지 않고 운동도 거의 안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것이다


유독 오늘 아침엔 몸이 많이 부어있었다 그것이 부종인지 살인지는 분간이 어려운데
남편은 고맙게도 부종이라고 판단하고 내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했다
살다살다 나처럼 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한다
그것은 나도 인정!!
나는 몸에 관심 없는 것을 지나 몸을 방치하고 학대하는 수준이다


일화를 소개한다면 몇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버스를 타고 와서 직장앞에서 내리다가 발을 헛디디어 앞으로 엎어졌다
심하게 엎어졌는데도 나는 얼마나 다쳤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워 벌떡 일어나 직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고서는 다친 걸 잊어버렸다 근무중에도 무릎이 우신거리며 아팠지만
'괜찮아 조용히 있어 괜찮아 참아!'하며 내 몸에게 말했다
그리 바쁘지도 않았고, 내 주변에는 응급 치료약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퇴근하려고 작업 가운을 벗고 옷을 갈아입는데 무릎이 너무 아프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때서야 바지를 벗고 무릎을 보니
심하게 다쳤는지 피가 많이 나고 피부도 벗겨져서 바지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너무 미안했다 내 몸에게 너무 미안했다
아프다고 아우성을 치는데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었다
나는 내 무릎을 끌어안고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하다 니가 이렇게 아픈 줄 몰랐다.
앞으로는 신경을 많이 쓸게'하고 무릎에게 사과를 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에도 나의 그 성향은 변하지 않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 아침, 나의 건강을 걱정하는 남편에게 못할 소리를 했다
"나는 아무래도 잘 못 환생한 것 같아요. 천상에서 노닐다가 실수로 '환생의 방'에 들어가버린 것 같아요. 도무지 내 몸이 내 것 같지가 않고 내게 몸이 있다는 것이 적응이 안되네요"
남들이 들으면 무슨 소리고 하겠지만 내가 평소에 이런 4차원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남편은 어느 정도 단련이 되어 있다
그래도 남편은 내가 도저히 말이 안통한다는 얼굴로 출근을 했고, 나혼자 식탁에 앉아 생각해보았다
정말 그런 것 같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내 몸에 애정을 가진적이 거의 없었다
그냥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입고 나가는 옷정도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게 살아가기 위한 유니폼정도로만 생각이 되었다 완전히 기능성만 추구하는....
그럼 나는 왜 태어났는가? 왜 익숙하지도 않은 그 기능성을 옷을 입고 이 생을 살아가야 하는가?
나의 환생의 사명은 무엇인가? 나의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 무엇을 깨달으려고 이생을 선택하였나?
살아오는 동안에는, 너무 낳은 고민들과 숙제들과 책임감과 해야할 일이 많아서 심오하게 생각하거나 통찰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애들도 다 키웠고 마음도 많이 비워서 여유로워졌고 코로나 19로 내 직장도 심하게 한가해진 지금...
내몸은 퉁퉁 불어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나는 또 그 소리를 무시하고 외면하고 앉아 '내가 왜 태어났는가?'를 골몰히 생각하고 있다
그 답을 찾기 전에
제발 말 좀 들어라
제발 철 좀 들어라
제발 약 좀 먹어라 제발 운동 좀 해라....바보야...





<고양이 그릇 작가 작품 사진첩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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